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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닮은
유연한 삶의 흔적
라이팅 아티스트이자 설치미술가인 그리마네사 아모로스는 자연의 유기적인 풍경을 깊이 그리고 아름답게 표현하는 작가다. 안데스 산맥에 드리워진 만년설의 신비로운 빛처럼, 광활한 포도밭의 탱글탱글한 알맹이처럼 그녀는 페루의 자연을 온몸으로 기억하고 풀어낸다. 신비로운 빛의 끌림과 유연한 곡선의 오브제는 도시의 삭막함을 뚫고 자라난 원초적 그리움이다. 현재의 순간을 가장 충실하게, 온전히 느끼며 살아간다는 그녀의 삶의 철학이 그대로 밴 뉴욕의 스튜디오를 소개한다.
그녀와 나의 인연을 정확히 기억해내는 것은 어렵다. 왜냐하면 우리는 어떤 계기를 통해 인사를 나 눈 사이라기보다는 갤러리나 아트페어에서 스쳐 지나가며 얼굴을 익힌 사이이기 때문이다. 우연한 만남이 몇 차례 반복되자 나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작품이 궁금해졌다. 그렇게 대면한 그녀의 작품 세계는 매우 놀라웠다. 조각이나 설치, 비디오, 조명, 사운드까지 다양한 매체를 조합한 작업한 작품 에 빛을 도입함으로써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다. 그녀의 작품 속에는 인간에 대한 깊은 탐 구가 담겨 있었다. 나의 첫 번째 비디오 컬렉션도 그리마네사의 작품이다. 작가와 딜러의 관계로 시 작됐지만 그녀와 나는 마음이 통하는 친구로 소중한 시간을 함께하고 있다.
모든 예술가에겐 그 길을 걷게 된 배경이나 사건이 있기 마련이다. 작가에게 작업을 시작하게 된 동 기가 무엇이었는지 물었다.
페루에서 대학을 다닐 때 미술과 심리학을 복수 전공했어요. 당시엔 둘 다 관심이 있어서 선택했던 것인데 막상 공부하다 보니 제가 가야 할 길이 분명해지더군요. 심리학을 공부하거나 친구들과 토론 하는 일은 그다지 재미있지 않았어요. 반면 예술에 대한 열정은 늘 밤늦게까지 스스로를 작업실에 붙잡아두었죠. 제가 손으로 직접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됐던 순간이 었어요. 음악이나 하이테크놀로지 기술 같은 새로운 소재들을 접목해보았는데 정말 흥미로웠죠. 한 가지 재료를 사용하는 것보다는 다른 종류의 재료들을 섞어보거나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새로운 재료를 탐험하는 작업에 매료되었던 것 같아요. 소재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은 제 작업의 큰 특징 이기도 하고요. 특정한 장소에 가서 그곳과 어울리는 작업을 생각한다거나 장소와 사람 사이의 소통 을 이끌어내는 작업은 아무리 해도 질리지 않아요. 저만의 재미있는 놀이이자 일인 것이죠.
그녀의 작품은 유기적인 형태가 큰 특징이다. 작품에 대한 영감은 어디서 얻는지 궁금했다.
저는 경험에서 우러난 주제를 가지고 작업하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페루인의 뿌리와 성장 배경은 작 품에 많은 영향을 끼쳤죠. 현재는 뉴욕에서 살고 있지만 어릴 때 페루에서 자랐기 때문에 그곳에서 의 경험이 제 작품의 개념적 기초를 이루는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어요.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 리마(Lima)에는 넓은 포도밭이 있는데 그곳과 얽힌 좋은 추억이 많아요. 저는 포도를 좋아했기 때 문에 포도밭에 자주 놀러 가곤 했어요. 그리고 포도를 바라보며 자연 적 형태를 연구하곤 했습니다. 포도송이들이 모여 있는 모양이나 잎 이 무리 지어 있는 형태 같은 것들이죠. 제 작품에서 유독 둥근 형태가 많은 것은 아마도 그 때문인 것 같아요. 제 작품 중 ‘우로스(Uros)’ 시 리즈는 페루 남동부 티티카카 호수의 우로스 섬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것입니다. 잉카 제국 이전에 우로스 사람들은 호수에 떠 있는 인공 섬 에 살았어요. 사람들은 토토라 갈대로 집이나 선박 등을 만들어서 살 았는데 이런 요소들이 ‘우로스’ 시리즈를 만드는데 많은 영향을 주었 죠. 조명을 통해 빛을 내뿜는 둥근 조각들은 이 섬의 전통적 기법들을 형상화해 반영한 거예요.
유기적인 형태와 더불어 LED 조명으로 아름다운 빛을 뿜어내는 그녀 의 작업은 황홀할 정도로 아름답다. 작품에 조명을 사용하게 된 계기 가 무엇인지 물었다.
아버지와 오빠가 엔지니어 회사를 운영하고 있어요. 다양한 디지털 기 술을 작품에 접목하게 된 계기는 아마 가정 환경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 라고 생각해요. 조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무엇보다 제게 익숙한 소 재였기 때문이에요. 제가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도구였으니까요. 특 히 수작업 조명은 세심한 기술을 통해 만들어내는 매우 중요한 과정 중 하나입니다. 작품에 빛을 도입하면서 마치 마법과도 같은 분위기를 입 힐 수 있었고, 그런 오라(Aura)는 제 작품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 이기도 합니다. 빛은 사람을 사로잡는 힘이 있어요. 또 작품에 담긴 의 미를 좀 더 명확하게 전달할 수도 있고요. 제 작품은 빛과 함께 있어야 하나로 완성되는 것이기에 따로 분리할 수 없습니다.
저는 공공 작품을 설치하러 다니다 보니 여행이 잦은 편이에요. 자연 스럽게 많은 곳을 보고 느끼게 됩니다. 그 나라의 자연경관과 조명을 보면서 작업에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때문에 제 작품을 통해 세계 곳 곳에서 얻은 개인적인 경험을 많은 사람과 나눌 수 있는 것이죠. 저는 설치되는 공간에 맞춰 빛을 연구하고, 관람자들이 어떻게 움직일지 연 구합니다. 작품을 만났을 때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해요.
